박재원 칼럼

가족부터 지키기 위한 노력 - 가족십계명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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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하는 아이들

 

"제 아이가 자해를 하고 있었어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자해를 했다는 한 아이는 부모가 중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뒤늦게 알게 된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요즘 우리나라 아동·청소년들에게서 나타나는 여러 병리현상들을 보면서 '심리사회적 재난' 수준이라고 판단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코로나19만 재난이 아니라는 말이다.

 

"어떻게 자기 몸을 칼로 그어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요!" 꼰대(?)들의 적극적 지지를 받겠지만 아이들에게 도움은커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도대체 어떤 심정이 이길래 자기 몸에 칼을 댈까요?" 행위 자체를 판단하기보다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아이들의 평소 마음에 접속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요즘 아이들의 정서

 

우리나라 청소년 문제에 정통한 김현수 교수가 파악한 요즘 아이들의 정서다.

 

-멸망 정서(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고생 정서(사는 게 너무 힘들다-태어나면서부터 고생했다)

-왕부담 정서(부모가 나 때문에 산단다-재롱만 10년째 떨고 있다)

-섭섭 정서(민모션-소리 내어 울지 못하고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복잡한 등교 정서(학교에 공부하러 가지 않는다-밥, 친구 혹은 ‘작업’)

 

문득 생각하게 된다. "내 아이는 살면서 과연 어떤 정서를 자주 느낄까? 물론 자기 아이는 해당사항이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부모 마음부터 멀쩡할 수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작게 잡아 중학생 100명 중 7명이 자해하는 사회에서 아이가 살아간다는 사실마저 부정해서는 곤란하다.

 

한 중학교 학생들의 평소 심정을 들어봤다. 대부분의 부모와 '불통'하는 심정을 쏟아냈는데 '예측 가능'이라는 표현에 주목하게 된다. 자신의 미래도, 공부도, 특히 부모도 예측 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을 오래 만났는데 아이 불안감의 원료에 예측 가능하지 않은 부모의 모습이 포함되어 있다. 쉽게 회사에서 자신의 리더가 변덕이 심하다고 생각해보자. 일관성이 없고 기분에 따라 오락가락한다면, 그런 사람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사람은 평소 어떤 심정일까?

 

가족십계명 만들기

 

아이 때문에 골치가 아픈 부모들을 돕기 위해 오래 노력했다. 대부분 부모가 원하는 대로 아이를 바꿔주겠다고 약속하는 전문가들이 인기를 끈다. 하지만 나는 부모의 문제도, 아이의 문제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급격한 사회변화에 따른 혼란, 특히 핵가족의 위기라고 진단한다. 해법은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족 전체를 보호하는 것! 이번 기회에 ‘가정헌법’을 만들어보자.

 

아래 보기는 가족십계명 모범답안이다.

 

1. 가족이 서로 진심으로 통하고, 함께 있어 더 행복할 수 있다면 지금과는 반드시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2. 능력 있는 부모 되기, 자랑스런 아이로 키우기보다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해 지금 노력하고 행복을 누리는 것이 우선이다.

3. 아빠 생각, 엄마 생각 그리고 아이 생각보다 더 좋은 우리 가족의 생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4. 서로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감싸주고 약점을 들추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족이라면 세상살이 걱정할 게 없다.

5. 서로 갈등하는 일이 벌어졌을 때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지 못하고 믿음이 부족해진 탓이라고 생각한다.

6.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서로 탓하고 원망하기보다 가족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일을 궁리하고 실천함으로써 돌파구를 찾는다.

7.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위협하는 개인책임주의, 성공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가 우리 가족들의 생각과 마음에 스며들지 않도록 늘 경계한다.

8.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가족이 함께 있을 때는 다 함께 함으로써 신나고 즐거울 수 있는 놀이 같은 것들을 늘 준비하고 실행한다.

9. 성격과 습관 등의 차이를 지적하여 피곤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독특한 개성으로 최대한 존중하고 공존함으로써 조화롭고 풍요로운 가족을 만든다.

10. 어떤 가족의 구성원도 가족보다 크지 않다.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민주와 자치의 원리에 맞게 운영하면 가정의 행복은 물론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진정 뿌듯한 진짜 행복을 우리 가족 모두 누리게 된다.

 

출력해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읽어보면서 필요성을 느끼는 부분에 밑줄을 친다. 밑줄 친 부분을 확인하고 공통된 내용을 중심으로 서로 충분히 얘기한 다음에 모두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것, 하나라도 정해보자.

 

지금 부모와 아이 사이에는 일반적인 세대 차이로 설명할 수 없는, 거센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자칫 대체 불가능한 소중한 가족이 익사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사회 격변기에 동반되는 혼란으로부터 우선 가족이라도 지키자. 굳이 가족십계명 같은 걸 만들지 않더라도 가정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예측 가능해야 한다. 특히 약자의 위치에 있는 아이들의 마음이 병들지 않도록 하려면 꼭 필요한 것이 서로 진심으로 합의한 가족의 질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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