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후기

부서지는 모래성을 쌓으며 또 쌓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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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교실을 돌아보며

 

행복교실 9기 익산 함성소리 김정환

 

 

처음의 나..

  선생님이 되고 나서 처음 몇 해 나는 자만심에 가득 차있었다. 애들과 소통도 잘 되고 애들도 나를 보고 재미있다고 좋다고 해주고 그러다 보니 나 정도면 괜찮은 교사겠다는 생각에 자신감도 넘쳤다. 그러나 해가 지나가면 갈수록 가르침에 대해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조성해주어야 할 환경들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면서 나의 자만심은 껍데기만 컸을 뿐 속이 비어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배움이 부족하다.’, ‘지금 이대로는 안될 것 같다.’ 이런 생각이 가득 들 때쯤 페이스북에서 행복교실 모집글을 보게 되었다. (사실 페이스북을 통해 대단하고 훌륭한 선생님이 많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접하고 있었고, 그 페이스북 때문에 내가 부족한 부분이 많고 좀 더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점도 크다.) 뭐라도 해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위안을 스스로에게 주고 싶었었나 보다. 되도 그만 안 되도 뭐 신청하려는 노력은 했으니까라는 비겁한 생각으로 행복교실에 지원을 했다. 그리고 행복교실에 함께 하게 되었다.

 

 

어색함..

  익산 행복교실 모임, 처음 모임을 가게 되었을 때 사실은 불안이었다. 몇 안 되는 낯선 사람들을 만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게 될 텐데 내 밑천이 금방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남원에서 익산까지 1시간 반 정도를 운전해서 가는데 몇 번이고 핸들을 돌릴까 생각했는지 모른다. 어영부영 조금 늦게 도착한 모임장소에는 이미 먼저 온 선생님들이 자기소개를 끝내고 새학기 첫 날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가 인사를 하고 뻘쭘하게 앉아있었던 것 같다. 사실 장소에 비해 처음에 사람이 많아 좁았다. 덩치가 커서 어깨를 좁히는데 신경쓰느라 다른 말들이 들려오지 않았다. 뭐든 시작은 이렇게 어색한가 보다.

 

 

함성소리..

  잠시 후 나를 포함해서 다시 소개를 했고, 우리 모임의 이름을 함께 정하였다. 함께 소통하고 성장하는 우리 ‘함성소리’가 바로 우리 이름이었다. 아이디어를 낼 때 내가 조금 일조하였기에 선정되었을 때 더욱 뿌듯했다. 네이버 밴드를 통해 소통을 하고 실천했던 사례들을 자주 나누기로 했다. 처음의 어색함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금세 어딘가로 사라졌다. 대화의 힘은 이처럼 대단한다.

 

 

교실 속 이야기로 수다를..

  행복교실 모임을 하며 가장 좋았던 점이라면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선생님들과 학교에서 일어난 일들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을 1번으로 꼽고 싶다. 행복교실 교육과정(?)대로 나아가다가 관련 주제에 대해 누군가가 질문을 제기할 때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각각의 사례들을 말하고 들으면서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위안과 몰랐던 새로운 방법들을 알게 되는 것이 너무 좋았다. 사실 구체적인 내용들이 머릿속에 떠오르진 않는다. 그러나 그 때 했던 각오나 다짐, 느껴졌던 감정들은 이 후 학교 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소소한 실천..

  새 학기에 아이들과 도덕성 발달 단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나아가야할 이상으로 양심과 가치를 지향하는 학급이라는 점에 다들 동의했고, 상을 받기 위해서 벌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일이 옳은 행동이기 때문에 한다는 점을 공유했다. 첫 날 아이들과 이 이야기를 나누니 아이들은 스스로 생활 속에서 자신이 지금 어떤 도덕성 단계를 따르고 있는지를 점검했고 이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후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라는 활동지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친구, 나를 힘들게 하는 친구의 특성을 생각해보고 스스로 어떤 친구가 되고 싶은지를 이야기했다. 활동을 통해 느낀 점들을 발표하면서 아이들은 스스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다큐 도덕성 탐구 영상도 아이들이 참 좋아했다. 자신들과 비슷한 모습이 나올 때에 멋쩍은 듯 웃으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를 함께 이야기 나누었다. 도덕성 6단계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나누고 그에 대해 더욱 깊어지는 시간을 가졌다.

사회과 같은 경우는 마인드맵을 통해 늘 정리하도록 했다. 먼저 마인드맵의 효과와 마인드 맵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에 대해 배우고 종이에 연습을 해봤다. 그 후 스케치북을 다 사주고 사회 한 과목만은 꼭 마인드맵을 통해서 정리해오도록 했다. 학생들 마다 편차가 있긴 했다. 처음에는 많은 내용을 담아내던 학생들의 마인드맵이 귀찮아서 인진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주요 핵심 내용들만 간략하게 담는 형태로 바뀐 점을 볼 수 있었다.

 

  수학과에서는 수학 박사제도를 실천해보았다. 먼저 문제를 해결한 학생들이 박사가 되어 다른 학생들을 가르쳐 주는 방법을 시도해보았는데 지속적으로 하진 못했다. 대신 어떻게 풀었는지 짝에게 설명하기, 모둠원과 함께 문제 해결하기 등의 방법을 통해 학생들끼리 많이 소통할 수 있게 수업을 했다.

 

 

졸업식..

  방학, 학기 중에 나름 열심히 살았다 생각했고, 방학 때에도 이런 저런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기에 그 외의 시간은 푹~ 늘어지며 살고 있었다. ‘언제 이렇게 늘어져 보겠어?’ 이 말이 내 모든 행동을 합리화해주었다. 그러던 중 다가온 졸업식. 처음 참가여부를 조사할 땐 먼 일이라 꼭 가겠다 했지만 막상 가려고 하니 관성의 법칙 때문인지 늘어진 몸이 나를 놔주지 않았다. 더 늘어지고 싶다. 더욱 더더욱.. 그러나 행복교실 선생님들 그래도 언제 또 볼지 모르는데 마지막 마무리는 잘 해야 겠다 마음을 고쳐먹고 기차에 몸을 실었다.

 

  졸업식을 다녀온 지금은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코어 교육과정’이라는 말이 너무 좋았고, 정유진 선생님의 모든 내용들이 큰 시련을 맞이했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졌으며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단해져왔고, 내용이 많지만 스스로도 매번 다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큰 위안이 되었다. 특히 학습발표회 뮤지컬 가사에서 마인드맵 밤새했는데 선생님은 검사도 안 해준다는 말은 2017년 내 모습과 흡사했다. 우리 반 애들도 내가 검사를 몇 번 못해주고 나면 두줄 노트에 ‘선생님 요즘 많이 바쁘신가 봐요. 며칠 째 검사를 안해주시네요. 힘내세요.’ 이렇게 써주곤 했으니까.

 

  다른 지역에서 오신 선생님들과 이야길 나누면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1년 과정을 마무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다음 과정을 다들 준비하고 있었고, 나오는 말 단어 하나 하나가 보통 내공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말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알고 봤더니 우리 지역 선생님들도 이미 다음 과정들을 다 준비하고 있었다. 나만 학교 일에 정신이 팔렸는지 멍을 때렸는지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다. 두려움... 불안감?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왔는데 다들 이를 발판 삼아 또 다른 도약을 하려는 구나..

넌 뭐하고 있냐?

 

 

반성.. 그리고 다짐..

  행복교실을 통해서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눈이 번쩍 뜨였다고나 할까? 내가 모르고 있던 분야가 많았고 학급을 운영하면서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배움과 깨달음에서만 그치고 실천해보지 못했던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전반적인 학급 운영 시스템이나 놀이활동 같은 경우에 주로 집중했고 정작 중요한 수업에 대해서는 바꿔볼 생각을 많이 하지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만의 철학이 없었다.

 

  행복교실을 통해 새롭게 꿈꾸게 된 것은 나만의 학급운영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10년이 되면 그 분야에 대해 나름 내세울 만한 것들이 있어야 한다고 많이 들었다. 얼마 안 남은 지금 내게 있어 가장 큰 과제이자 숙제이다. 우리 익산행복교실에서만 해도 나는 시도해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실천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많았다. 많은 부끄러움을 느꼈고 앞으로 만날 후배들에게도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떳떳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앞으로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바심을 내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들과 천천히 하나 하나 고민해보면서 내 것을 만들고 이것을 정리해 나간다면 나도 나만의 학급운영시스템을 갖게 되지 않을까? 새로운 행복 교실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앞으로도 많이 서툴 것이고 많이 실패할 것이고 많이 나태할 것이다. 사람이라면 그럴 것이고 특히 나는 더 그래왔다. 그래도 그럴 때마다 다잡을 것이다. 조금씩이라도 실천해나갈 것이다. 아이들과 잘 지내려고 노력할 것이고 함께 자랄 것이다. 전체적인 노래와는 별개로 갑자기 이런 가사가 떠오른다.

 

  부서지는 모래성을 쌓으며 또 쌓으며 꼬마 인형을 가슴에 안고 나는 기다릴래요.

 

  쌓고 또 쌓으면서 앞으로 만날 꼬마 친구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늘 노력하는 교사가 되며 더 큰 보람을 느끼고 당당해질 날을 기다리겠다.

 

추신) 익산 행복교실 선생님들 앞으로도 자주 보고 서로 실천사례 나누면 좋겠습니다. ^_^ 그간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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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에라샘님의 댓글

이렇게 바로 후기를 쓰시는 것보면 분명 올해는 더 성장하시리라 믿습니다. 졸업 축하드려요^^

행복교실9기대전김한진님의 댓글

생각하시는 되돌아봄이 선생님의 미래의 비춰주는 것 같아요. 

'두렵지 않다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란 책 속문장이 떠오릅니다. 처음엔 두려움이셨겠지만 걱정과 반성을 하시고 계속 나아갈 것이라는 행동을 정하셨으니 그 다음은 차츰 이것들이 걷히고 선생님이 추구하는 모습이 선명해질 것을 확신합니다.

 

선생님의 앞길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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