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후기

내 인생을 바꾼 지혜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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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지혜 하나]

 

화가 많아요. 마음에 안 드는 꼴을 보면 분노가 터집니다. 이번 여름 방학 교육청 의무 연수에 착출되었습니다. 교당 1인씩 무조건 보내래요. 교사들끼리 모여서 이 똥을 누가 받아야 하나 이야기를 나누며 뒷목이 뻣뻣해질 정도로 열이 받습니다. 내가 이 가기 싫은 연수에 억지로 가게 되어 열 받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끼리 불필요하게 갈등하게 만드는 구조와 정책이 짜증납니다. 

 

화를 잘 다스리는 것이 저에게 가장 큰 삶의 과제 중 하나에요. 안 그러면 화가 폭발해서 제 명을 다하지 못할테니까요. 저의 20대는 분노의 폭발과 절제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였어요. 부조리를 과감하게 타파하지 못하는 자신과 주변인에 대한 분노는 깊은 주름이 되어 미간에 패였습니다. 친구들이 자주 이야기했어요. 왜 그렇게 피곤하게 생각하고 스트레스 받냐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냐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몇 가지 방법들을 젊어서 익힌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직 하나의 방법이 가장 큰 효과를 보았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기도도 하고, 위빠사나식으로 마음을 살피기도 하고, 반복적인 확언을 하기도 하고, 명상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운동을 하기도 하고, 좋은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하고, 아주 게을러 지기도 합니다. 물론, 스트레스를 주체 못해 타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요.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잘 해소하는 편입니다.

 

스물 다섯에 배낭 하나 메고, 스쿠터 한 대를 빌려 제주도 여행을 했습니다. 일정이 맞아 교사들을 상대로한 연수에도 참여했어요. 내용이 뭔지 하나도 모르고 섬에 간 김에 참여했습니다. 마냥 놀고 오기만 할 정도로 대범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공부를 해야할 것 같은 의무감을 느꼈다랄까. 그곳에서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 때의 인연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때는 예상도 못했지요.

 

당시에 배우고 공부한 내용들이 내가 왜 화가 많은 사람인지 이해하게 해주었어요. 화의 근원을 파악하고 나니 나와 타인에 대한 시선이 관대해졌습니다. 그리고 장기적인 발전 방향과 구체적인 수단들도 익혔어요. 혹시 지금의 내가 조금이라도 잘 하는 것을 갖고 있다면, 스물 다섯 여행에서 기대치 않고 배웠던 내용들 덕분입니다. 

 

"실용적이고, 재미있는 실질적인 내용들로 연수를 준비해주세요. 선생님들이 바로 따라할 수 있는 꿀팁같은 것들이요."

"당연하지요! 오늘 배워서 내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비법들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활동도 많고요."

밀려오는 연수 요청에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마음속으로 사과합니다. 세상에 그런게 어디있나. 비지니스를 한답시고 뱉은 거짓말들에 마음이 아립니다. 삶을 단숨에 바꿀 놀라운 지혜나 팁 따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귀한 지혜와 경험은 얻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간과 공을 들여 얻은 것만이 진실한 가치가 있지요. 오늘 10번 팔굽혀펴기했다고해서 내 몸에 변화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팔굽혀펴기를 10일, 한 달, 1년을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운동의 양도 10번에서 20번, 30번으로 늘려간다면? 연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함께 공부하는 분들에게 에니어그램을 권합니다. 최고의 방법이라고 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래도 제가 삶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자주 사용하는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함께 공부하면 적어도 아래의 내용 중 두, 세 가지는 건질 수 있습니다. 제가 9년 전 제주에서 만난 소중한 지혜입니다.

 

- 나를 이해할 수 있다.

-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

- 나와 타인이 왜 갈등하는지, 혹은 왜 잘 어울리는지 알 수 있다.

- 스트레스를 다스릴 수 있다.

- 성장의 방향을 깨달을 수 있다.

- 성장의 구체적인 지침을 얻을 수 있다.

- 소설, 영화 속 주인공들을 더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

- 부부 관계, 자녀 관계, 형제 관계가 좋아진다.

- 교사라면 아이들과 더 행복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 박종근과 할 이야기가 많아진다.

 

고3때 공부 더 열심히 할 걸하고 자주 생각합니다. 모든 것에는 타이밍이 있습니다. 새로운 내용을 배우기 가장 적합한 타이밍이 언제일까요? 말해 뭐하나요. 언제나 그렇듯, 바로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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