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 행복교실 11기 연수 후기(2019.4.20.~4.21.)

지난 주말(4.20.~4.21.), 행복교실 11기 '에니어그램 1단계 연수'를 위해 사람과 교육 연구소를 다녀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감동과 깨달음의 연속이었습니다. 연수를 통해서 온전히 나를 들여다보고 탐구하며, 지금까지의 인생과 목표를 반성하는 진귀한 경험을 했던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사람과 교육 연구소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았던 상황이었습니다. 며칠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데다가 여러가지 일들이 겹쳐 있어 머리가 깨질 정도로 아팠습니다. 커피를 연거푸 2잔을 마시고도 비몽사몽이었는데, 정유진 선생님의 강의가 시작되자마자 '머리가 아프다'는 사실을 잊어버릴만큼 엄청나게 집중을 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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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에니어그램이 '두려움'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살아오면서 저는 단 한 번도 제 마음 속에 담겨져 있는 근원적 두려움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 닥친 상황의 해결, 현실적 목표의 달성, 여러가지 성과들에만 집중하다보니 그만큼 스스로를 바라보는데는 인색했던 셈입니다.

에니어그램은 '힘의 중심'에 따라 우선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장중심, 가슴중심, 머리중심이 바로 그것입니다. 장형(본능형)은 '강한 힘과 뚜렷한 주관'을, 가슴형(감정형)은 '타인과의 관계와 인정'을, 머리형(사고형)은 '논리와 이성'을 특징으로 갖고 있습니다. 처음 이 설명을 들었을 때, 저는 스스로를 장형 또는 머리 중심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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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감정의 기복이 크게 없는 사람입니다. 일과 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 않습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거나,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일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관계'를 힘의 중심으로 두고 있는 '가슴형'과는 거리가 멀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연수를 계속 듣다보니 생각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 근원적인 두려움이 장유형(지도자-중재자-개혁가)처럼 통제나 부정의함에 분노하거나 사고형(사색가-충성가-낙천가)처럼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감정형(조력가-성취자-예술가)과 같이 '타인의 시선'에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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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중에서 3번 유형 '성취자'였습니다.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효율적이고 빠르게 달성하는 능력이 뛰어난 반면, 타인의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하고 인정을 요구하여 자칫하면 부와 명예만 좇을 수 있는 단점도 함께 가지고 있는 성취자의 특성이 저와 놀랍게도 일치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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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긍정적인 특징과 부정적인 특징은 무엇인가?/나는 나를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내가 자주 강렬하게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내가 가장 두려워 하는 것과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3번 유형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제 생각은 더욱 확실해졌습니다.

1. 긍정적인 특성: 최대한 노력한다, 능력있게 보인다, 반성적으로 사고한다.

2. 부정적인 특성: 일이 안 되면 자책한다, 남의 눈치를 많이 본다.

1. 목적성이 뚜렷하고, 거두절미 하는 사람

2. 관심 분야에만 집중하는 사람

3. 따뜻한 인간이고 싶으나 잘 되지 않는 사람

4. 스스로를 능력있게 보이도록 만들고 싶고, 항상 좋게 포장하는 사람

1. 원하는 것: 타인의 인정(은근한 칭찬)

2. 두려워 하는 것: 무능하게 보이는 것

1. 일을 끝마치고 나서의 뿌듯함

2.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대한 불안함

위와 같은 유형별 토론을 바탕으로 진행한 각 유형별 인터뷰는 서로 다른 특성과 생각을 알 수 있었던 귀중한 순간이었습니다. 특히 인터뷰를 거치면서 제가 얼마나 지독한 '3번 유형'인지 알 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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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정말 열심히 했구나'는 3번 유형에게 칭찬이 아닌가요?"라는 한 선생님의 질문에 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건 칭찬이 아니라 모욕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제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진짜 잘했다"는 결과에 대한 칭찬이지, "노력했다"는 과정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는 걸 직면한 순간이었습니다. 오히려 내가 엄청나게 노력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알지 못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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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고 깨달았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이토록 열심히 산 이유가 무엇인지를요. 뚜렷한 목표와 성과는 다른 사람에게 '나를 보여주는 수단'이었고, 일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기에 그토록 열심히 달려왔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의 밑바탕에는 다른 사람의 인정과 칭찬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불안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제가 3번 유형이라는 사실이 싫었습니다. 왜 나는 1번이나 8번처럼 주체적으로 살지 못할까. 4번이나 7번처럼 스스로를 사랑하며 행복을 만끽하지 못할까. 2번처럼 좀 더 따뜻한 사람으로, 혹은 6번처럼 좀 더 헌신적인 사람으로, 5번처럼 지적인 사람으로 태어나지 못했을까. 다른 유형의 선생님들을 보며 한 편으로는 부럽고, 한 편으로는 질투의 감정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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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둘째 날, 강사 선생님들과 가진 프로파일 분석 시간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비단 저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2번 유형 선생님은 오히려 3번 유형이 가지고 있는 치열한 목표 의식과 추진력을 부러워 했고, 8번 유형 선생님은 2번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따뜻한 마음과 진심 어린 공감을 갖고 싶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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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희에게 강사 선생님께서는 "내가 가지고 있는 본성이 싫다고 해서 다른 유형을 흉내내는 건 올바르게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본성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본성의 좋은 점은 취하되 양 날개를 제대로 펴서 통합 방향으로 나가고자 노력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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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3번 유형이 '나쁜 것'이 아니라, 2번과 4번 날개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제 삶의 양식이 '나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나아가 2번, 4번 날개를 제대로 쓴다면 지금의 나보다 더 멋지고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기도 했습니다.

돌이켜 보건대, 최근 몇 년간 저는 3번의 양 날개인 2번(조력자), 4번(예술가)를 제대로 써 본적이 없었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교대를 선택했고,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4년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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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 후에는 교사로서 치열하게 살았고, 결혼과 육아로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일 중독자가 되어 있었고, 목표와 성취만을 좇는 여유 없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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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지금 필요한 것은 온전히 '나를 위한 쓰는 시간'이었습니다. 나를 온전히 들여다 보고 여유를 찾아 가는 시간, 좋아하는 뮤지컬을 보고 감상에 젖는 시간, 땀 흘리고 운동을 하며 체력을 보충하는 시간. 그리고 이런 여유를 바탕으로 주변을 살펴보고, 다른 사람의 감정에 제대로 공감해주는 시간. 이런 시간이 제 삶을 더욱 행복하고 아름답게 만들 것이라는 걸 에니어그램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에니어그램 연수는 제 삶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의미 있고 뜻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때로는 너무 적나라한 제 모습을 발견해서 부끄럽기도 하고, 때로는 왜 이렇게 살았을까 후회도 되었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한 성찰의 기회였다는 점에서 행복하고 또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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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회를 마련해 주신 정유진 선생님과 에니어그램 전문강사 선생님들, 그리고 1박 2일 동안 솔직 담백하게 자신을 열어보이고 서로에게 뜨겁게 공감해 주신 행복교실 11기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모두모두 사랑합니다!

- 행복교실 11기 김성규(충주+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