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후기

행복교실 입학식 후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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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글을 그대로 옮겨와서 조금 길지만.. 진심을 담아 올려봅니다. 헌신해주시는 정유진 선생님을 비롯한 연구소 선생님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틈만 나면 회의하시던 그모습에서 진심과 헌신과 열정을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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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정리해서 쓰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하기 싫어지니까. 생각나는 것들 조각 조각을 일단 쭉 기록해본다.

내게있었던 깨달음의 순간들. 

하나. 왜 부모님들이 “선생님, 전 이건 학폭까지 갈 만한 사안이라고 생각해요.” 라고 예의를 갖춰 말해도 기분이 나빴는가. 이것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 문제해결시스템의 제일 마지막 단계를 교사와 상의하지 않고, 학부모가 내가 하겠다고 권한을 바꿔 말하는 것에 대한 감정의 상함, 그리고 내 학급 시스템의 질서를 망가뜨리는 것에 대한 분노였다. 물론 이렇게까지 체계적이진 않았지만, 내 학급 시스템이 무의식 중에 있었구나. 그래서 단순히 학부모의 기싸움 때문이 아니라 더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던 거구나 하고 이해가 갔다. 

둘째.
어!기바의 활용에서 아쉬웠던 점들이 이해가 갔다. 처음에 어기바를 만들고(행감바의 저학년 버전) 미진했던 것들이 다 보완되어 있었다. 
1) 미안해 하는 방법 ㅡ 사해약. 그냥 애들한테 이 말을 들었어. 어떻게 해야겠니? 미안해. 사과해. 너는 어기바 없어? 그럼 들어가. 이렇게만 했었는데. 사해약으로 사과하는 법도 가르쳐야 하는구나. 부차적으로 저학년을 다시 맡게 되면 사해약도 꼭 가르쳐야지. 구역을 만들어 사해약이랑 어기바로 싸움해결존을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의 한 꼭지. 
2) 아이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내가 아이들의 역할이 되어보면서,
“미안~ 됐냐?”
“일러라 일러라 일본놈 일본에 가서 죽어라” 
가 본능에 내재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애들이 착했구나, 그래도. 이걸로 해결된 애들이 많았다. 어쩌면 내 힘듦에 가려 애들을 잘못 본 건 아닐까. 

셋째. 학급문화의 힘. 우리반 애들은 **이가 수학 문제를 못 풀면 너는 왜 그러냐! 라고 소리를 친다. 내가 아무리 달래는 게 낫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그렇게 반응한다. 그게 학급문화가 그렇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임이 번뜻 깨달아졌다. 내가 2학기 중간에 들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구나. 애들이 가해자와 방관자, 보호자 중에 가해자를 선택하고 있었구나. 교사가 사람 대하는 방식으로 대해야하는구나. 

남녀가 손 잡는 것도 학급문화를 바꿔버리면 되는 거다. 이건 코페르니쿠스 급 패러다임 전환이야. 교사의힘. 

넷째. 부모님의 심리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학부모가 되어 악동 유진이에 대해 하는 선생님의 말을 들을 때. 은근 기분 나쁘고 짜증 나고. 불신이 생길만 한거더라. 본능적으로 이해했다. 한 편으로 내 기를 꺾으려던 그 학부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 때 “학폭까지 가겠다.” 라고 한 말의 기저에는 내 기분이 상했다는 메시지가 깔려있음을. 내가 그걸 간파하고 일차적으로 내 불찰을 먼저 사과했다면 어땠을까. 

다섯째. 박재원 소장님의 강의. 교사를 바라보는 학부모의 시선. 암묵적으로 느끼던 것을 풀어서 설명해주시니 머리에 파바바박 이해가 되었다. 전문직업인이 되지 않으면 천덕꾸러기가 될 가능성이 많다. 내가 느끼던 불안감의 정체는 전문성의 부재였다. 이걸 불평하지 말고 시대성으로 받아들이는 것. 

여섯째. 장렬히 망한 내 123매직의 적용방법. 숫자를 세면서 협박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알아차릴 기회를 주기. 부정적인 것일 수록 말을 더 적게 하기. 

일곱째. 하칼라우. 책에서 읽을 땐 이게 뭔가 싶었는데 실습을 통해 효과를 알았다. 제대로 한 것 같지는 않지만. 

여덟째. 교실 요가의 힘. 
사실 방학을 그렇게 알차게 보낸 편이 아니다. 하루를 통으로 무기력하게 보낸 날이 많았다. 정말 무의식의 힘듦을 꾹꾹 누르느라 그런 적도 있지만 그냥 멍해서 그런 날도 있었다. 그렇게 쉬면 기분이 좋아지나? 아니. 짐승같은 나에 대한 회의감과 자괴감만 늘었었다.
그러다 한번씩 알차고 기분 좋은 날이 있었다. 어떤 날인가 생각해보니 묵상으로 영을 깨우고 첫 일과를 운동으로 시작한 날이었다(운동시간이 점심시간 직전.. 아침이 아님이 반전이지만)
그래서 운동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아. 아침에 이렇게 몸과 마음을 깨우는 게 이렇게 하루가 다를 수 있구나.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아무도 안보는 아침맞이 활동 코팅지를 외로이 칠판에 붙여놓느니, 이 애들을 진정시키고 마음과 몸을 깨우는 것. 이것의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꼭지와 연결되니 교실요가가 웃기게만 느껴지지가 않았다. 얼마나 내 몸이 가벼워지는지, 정신이 안정되는지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당장 개학하면 애들하고 한 번 해봐야지. 

물론 또 자기들끼리 웃고 떠들고 이래서 난장판이 되겠지. 

괜찮다. 

기대는 높게, 이해는 바닥부터니까. 

아홉째. 코어교육과정. 
학교를 벗어나 있으면서 온갖 곳을 쑤시고 다녔다. 지나고 내가 느꼈던 건, 구슬을 꿰기가 어렵다는 것. 뭔가 중심이 없다는 것. 그래서 활용이 어렵다는 것. 

그게 코어 교육과정이 없어서 그런 거였구나. 
아 편안하다. 언젠가 만들면, 내 인생을 꿰는 코어가 생기는 구나. 
이렇게 개념어로 그간의 고민을 정리해내는 것. 
상위 개념으로 발전하는 것. 높은 곳에 서서 시야를 넓히는 것. 

열째. 놀이의 법칙. 
놀이를 시키니까 서로 뺨때리고 노는 놀이의 2단계 아이들을 보면서 느꼈던 참담함.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과 폭력적이 되었을 때의 대처 방법을 보면서 생각했다. 아, 이거 정말 실패와 경험의 산물이구나. 하면서 신뢰가 가고 도움이 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이렇게 고치면 되는구나. 에 대한 안심과 채워지는 느낌. 마음이 풍부해졌다. 

열한번째. 학급문화. 그리고 교사의 힘. 그렇게 생각하는 카리스마. 발레를 잠깐 배울 때 그 선생님의 카리스마에 도취된 듯한 순간들이 있었다. 근데 나는 그런 게 없었고 항상 자신감이 없었고 주눅들어 있었다. 이런 것들 또한 만들어 나가야 학생들 또한 그 문화에 젖어들어간다. 학생들과 함께 만들 것도 있지만, 내가 똑바로 서야 하는 것도 있다. 


이제 그냥 들었던 내용에서의 생각의 꼭지들을 제외하고 연수라는 구조에서의 느낌. 



열 두번째. 실습의 힘. 수업-실습-나눔의 간단한 구조가 학생에게 얼마나 배움을 불러일으키는가. 나 역시 지난 연수에서 오빠에게도, 언니에게도 인상깊었다며 그대로 재연해준 것은 학부모 대화 실습, 일러라일러라일본놈 실습(이게 무슨 실습인지는 연수를 들은 사람에게는 바로 알아질 것이다) 등등. 단순한 것이지만 직접 해본다는 것이 수강생의 입장에서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불러일으키나를 체감할 수 있었다. 

열세번째. 공동체의 힘. 

이거, 저만 그런 거예요?

라고 물으시는 지니쌤의 말에서 퍼지던 공감의 기운. 동질감. 연결되는 관계들. 그리고 이런 교육을 찾아온 사람들에 대한 호감. 

그러면서 궁금해졌다. 어디건 뛰쳐나가지 않고는 견딜수 없었던 이십대 시절을 지나서, 소중한 방학에 이렇게 오는 사람들, 강사들의 원동력은 무엇일지. 이 원동력이 내 중심 정체성으로 자리 잡을 때 나는 흔들리더라도 다시 제자리에 올 수 있을것만 같다. 

당장 올 3월부터 어디로 갈 지 모르는 시간이지만, 1년 동안 실패.. 가 아닌 실패로부터의 배움과 그걸 보면서 흡수할 행복교실에의 배움이 교사로서의 내 영혼에 피가 되고 살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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